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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정보처리이론(information processing model)

by revecacho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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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학 원리는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원리의 이해와 적용은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특히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적용할 때 그 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보처리모델(information processing model)은 효과적인 교수·학습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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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처리이론(IJR, 2019)

5감을 통해 정보(자극)가 감각기억으로 들어가고 우리가 이 자극의 일부에 주의를 기울이면 주의를 받은 정보는 작업기억(단기기억)으로 이동합니다. 작업기억에 들어온 정보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유지하면서 이와 관련된 장기기억의 사전지식을 작업기억으로 불러와 이 둘을 비교합니다. 이를 통해 이해된 새로운 정보는 정교한 시연을 통해 새롭게 부호화되어(encoding) 장기기억에 통합·저장됩니다. 이렇게 통합·저장된 정보는 나중에 새로운 학습을 위해 작업기억으로 인출됩니다(recall). 한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시연을 하며 정보를 통합하는 일련의 작업은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지시와 통제를 받아 이루어집니다.

 

정보처리이론(Information processing theory) 또는 정보처리모델(Information Processor Model)은 정보가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기억되는지에 관한 이론으로서 1950년대 중반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에 의해 최초 제안되었습니다. 정보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세 단계의 과정, ‘입력-처리-출력’(input-processing-output)을 거친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며,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추론하며 학습하는가와 같은 인간의 인지기능을 컴퓨터의 기능에 비유한 이론적 틀입니다. 학습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앳킨슨과 쉬프린(Atkinson and Shiffrin, 1968)이 진전된 정보처리이론으로 ‘감각기억-단기기억(작업기억)-장기기억’이라는 다중기억모형을 제안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 뇌의 정보처리 방식은 이 정보처리모델과 다른 점이 많지만(예: 뇌는 정보를 순차적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점, 컴퓨터는 감정, 동기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점) 기억과 학습이라는 정보처리가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간명해서 교육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큽니다.

 


수업에 주는 시사

정보처리이론(information processing theory)은 인간이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지에 관한 인간의 인지기능을 컴퓨터의 기능에 비유한 이론적 틀로써 교실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또 전통적 수업방법을 지원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정보처리이론이 주는 시사점을 수업에 잘 적용한다면 수업방법의 개선을 통해 학습의 결과는 물론 학습태도까지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처리이론을 잘 이해하면 수업 내용에 대한 학습자의 주의력을 높이고 주변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집행기능이나 작업기억 훈련을 통해 상위인지를 강화하고 자기조절이나 자기주도 학습의 인프라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정교한 시연(elaborate rehearsal)이나 깊이 있는 정보처리(deep processing)를 요하는 활동을 고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처리이론은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뇌의 학습 원리 이해를 바탕으로 교수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입니다.

 

 


 

수업에의 적용

 

1. 감각기억(sensory memory)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이것이 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새의 지저귐 소리라는 정보가 감각기억에 잠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각기억은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정보들로부터 흘러들어온 자극들을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기억하고, 이후의 과정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의 오감을 통해 입력된 자극들을 마치 스냅샷(snapshot)과 같이 순간적으로 저장하여 매우 짧은 시간 동안(0.5~3초) 기억하는 것이 감각기억의 기능이다. 예를 들어, 불빛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 어둠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각이 지속되는 것과 같은 기억이다. 그래서 감각기억을 ‘상(像) 기억’이라고도 부른다. 감각기억은 자극이 사라진 후에도 자극을 기억하며 그 특징들을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감각기억의 용량에 대해 살펴보면, 감각기억은 무한대의 정보를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의 주의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수의 정보만 선택되어 단기기억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감각기억의 정보는 어떤 선택과정을 통해 단기기억으로 들어오게 될까? 감각기억에 저장된 정보들은 곧 사라지거나 또는 그 정보의 의미가 해석되는 형태 재인(recognition)1의 단계를 거쳐 단기 기억으로 들어가게 된다. 즉, 수많은 정보들이 감각기억을 통해 순간적으로 저장되지만 그중 이후에도 의미와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가치 있는 정보들만 주의를 받아 선택된 후 단기기억으로 유입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소실된다. 그러나 감각기억의 처리 과정은 의식적인 노력보다는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다른 종류의 기억들과는 달리 시연(rehearsal)에 의해서 연장되지 않는다(두산백과, 감각기억 수정).

 

♤ 수업에의 적용

 

감각기억은 매우 짧은 동안만 기억될 수 있고 주의를 받는 소수의 자극만 선택되어 단기기억으로 들어가 작업기억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 이것이 교육적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는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주의를 방해하는 환경적, 심리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학습자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가치 있고(valuable) 의미 있는(meaningful) 지식을 제공하는 수업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단기기억은 일시적으로 저장되었다가 사라지는 기억을 말한다. 기억은 그 정보의 유형에 따라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학습하고 습득한 지식을 저장한 후 의식적으로 불러낼 수 있는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과 운전이나 운동 기술처럼 반복학습에 의하여 무의식중에 저장되어 필요시 불러낼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즉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기억이라고 말할 때에는 서술기억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술기억은 기억의 유지 기간에 따라 단기기억(short-term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으로 분류된다.

 

단기기억에는 우리가 한순간 담아 둘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3-4개,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7±2). 따라서 우리는 기억 대상에 선택적 주의를 해야 하며, 이런 주의 과정은 단기기억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한다. 또 단기기억 상의 정보는 마음속에서 반복하지 않으면 약 15-30초 후면 거의 소멸되어 버린다. 하지만 시연 혹은 되뇌기(rehearsal)(→ 5. 시연)라는 반복적 연습을 통해 유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실제 단기기억은 되뇌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게, 어쩌면 거의 몇 주까지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그 정보를 지워버린다(Sousa, & Tomlinson, 2011). 한편 단기기억(작업기억)이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수는 평균 4-5개 항목이며 단기기억은 시연(rehearsal)에 의해 장기기억으로 옮길 수 있다.

 

♤ 수업에의 적용

 

단기기억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있고(4±1개;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7±2), 시연(rehearsal)이라는 반복적 연습과정을 갖지 않으면 단기기억 시스템 내의 정보는 15-30초 만에 사라진다. 따라서 교사는 수업을 할 때 단기기억의 용량 한계를 넘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빠르게 제공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정보를 새로운 단위로 묶어주기(chunking)를 통해 용량의 초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할 필요가 있다.

 

3. 작업기억(working memory)

작업기억은 감각기억에서 유입된 정보와 장기기억에서 인출된 정보가 이해·학습·의사결정과 같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인지 시스템이다. 또한 작업기억(단기기억)은 의식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며 인간은 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한다.

 

작업기억 역시 단기기억에 속하나 단기기억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둘 다 짧은 기간 동안만 정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공통이지만 단기기억은 정보의 가공 없이 짧게 유지하는 경우를, 작업기억은 정보의 가공을 수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작업기억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가 동시에 처리되는가는 개인의 인지능력(목표 정보에 집중하는 능력)에 따라 또 처리하는 각 순간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작업기억의 용량(4-5개)을 초과해 유입되면 정보 과부하가 일어나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는 소실된다. 사실 단순히 정보를 유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적극적으로 그 의미를 처리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인간은 단지 두세 개 정도의 정보만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Sweller).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정보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주 반복 연습해서 정보처리가 자동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익숙한 정보들은 인지처리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을 탈 때 별로 인지부하를 느끼지 않는 것은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업기억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의 부호화(encoding)(→ 6. 부호화 참조)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 수업에의 적용

 

작업기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작업기억이 교실 수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① 정보의 수용 용량이 작으므로(3-4개) 정보를 새로운 단위로 묶는(chunking) 스킬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
② 정보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정보를 잘게 쪼개서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기기 위해 시연(rehearsal)이라는 반복적 연습 활동을 적절히 실행할 필요가 있다.
④ 정보를 기억하고 인출하기 쉽도록 조직화/체계화(organization)하는 것이 필요하다.
⑤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수업에 통합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
⑥ 용량의 한계를 고려해 중요성이 있는 정보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처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돕는다.

 

4. 장기기억(long-term memory)

장기기억은 며칠, 몇 개월, 또는 몇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형태의 기억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특별한 사건을 평생에 걸쳐 기억하는 것 등이 장기기억에 속한다. 단기기억 중 일부가 기억 응고화(memory consolidation)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현재의 가설이다. 장기기억은 정보를 저장하는 용량이 크며 오랜 시간 동안 정보를 보유할 수 있고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다시 재생·활용되고 반응으로 나타난다. 한편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의미 체계에 따라 (semantically)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형태로 저장되는(encoding)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편 저장된 기억의 망각은 기억이 인출되는 경로가 소실되거나 다른 정보에 묻혀서 인식할 수 없게 될 경우에 일어난다.

 

♤ 수업에의 적용

 

장기기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는 아래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① 인출이 쉽도록 정보를 의미 체계에 따라 조직화/체계화해서 가르치고 저장할 필요가 있다.
② 망각을 줄이고 인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반복 연습할 필요가 있다. 장기기억에 항구적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16-24회의 반복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③ 인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언어적 정보 외에 시각적 정보를 제공해 이중부호화할 필요가 있다.

 

5. 시연/되뇌기(rehearsal)

시연이란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기기 위해 마음속에서 반복적으로 되뇌거나 재처리하는 연습 과정을 말한다.

 

정보를 되뇌는 방법에는 유지 시연(maintenance rehearsal)와 정교한 시연(elaborate rehearsal) 두 가지가 있다. 유지 시연이란 보통 단기기억을 위해 정보를 마음속에서 단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 전화번호를 종이에 옮겨 적을 때까지만 마음속에서 반복해서 되뇌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 정교한 시연이란 신정보를 사전지식에 연결시키는 과정이 포함되고 의미가 결부된 깊이 있는 연습 활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anniversary[애니버셔리](기념일)라는 단어를 “아니 벌써 기념일이 되었나!”처럼 기억함으로서 발음을 통해 그 단어의 의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때 ‘애니버셔리’는 신정보이고 ‘아니 벌써 기념일이 되었나!’는 구정보인 셈이다. 정교한 시연의 핵심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함으로써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다. 한편 정보가 단단히 기억되고 회상될 가능성은 부호화 과정 중에 그것이 얼마나 많은 주의(attention)를 받으며 공들여 시연(rehearsal)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그냥 ‘anniversary – 기념일’처럼 기존의 지식과 연결시키는 과정 없이 단순히 반복을 했다면 이는 공들인 시연이 아니라 얕은 정보처리(shallow processing)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억이 어렵고 쉽게 망각될 수 있다.

 

♤ 수업에의 적용

 

정보를 효과적으로 부호화해서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대표적인 전략이 정교한 시연이다. 정교한 시연에는 정보를 조직화/체계화하기,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기, 자신이 학습한 정보를 타인에게 설명하기, 예를 생각해내기, 정보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기억술을 이용해서 기억방법을 고안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신체를 구성하는 뼈의 이름과 위치에 대해 배운다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교한 시연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① 교재의 설명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해보고 짝에게 설명한다.
② 주요 뼈들이 신체의 어디에 위치하고 다른 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10개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작성해본다.
③ 인체 골격을 이루는 각 뼈의 위치와 이름을 종이 및 온라인 이미지를 이용해 그려보고 자기 신체를 통해 직접 확인한다.
④ 뼈의 특징과 범주를 먼저 정하고 어떤 뼈가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하고 분류해본다.
⑤ 다양한 기억술을 활용해 용어를 암기한다.
⑥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산학습 방식으로 뼈의 이름과 기능 등을 학습한다.

 

6. 인코딩/부호화(encoding)

인코딩은 뇌가 정보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나는 과정인데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하나는 청각, 시각, 촉각 등에 의해 감각기억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고(<그림 1>), 다른 하나는 그 정보를 유의미하게 조직해서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기존의 정보(prior knowledge)와 연결하는 과정이다(<그림 2>). 인코딩을 부호화(符號化)라고 칭할 때는 전자의 처리를 가리키는 용어로서는 적합하지만(우리의 기억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을 말하기 때문에) 후자와 같은 처리를 가리키기에는 부적합하다. 후자는 ‘신정보와 사전지식의 연결을 통해 기억하기’라는 내용의 정보처리이기 때문이다. 인코딩을 부호화라고 번역하는 것은 인코딩의 일부 내용만 포함하기 때문에 인코딩의 온전한 의미를 나타내지 못한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합한 번역어라 할 수 있다.

 

인코딩의 예로 책 속의 단어가 어떻게 부호화되는지를 보자. 책의 단어(word)가 기억시스템에 저장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리(sound)와 의미(meaning)로 전환되어야 한다. 문자로 된 전화번호를 주의를 기울여 눈으로 보는 것은 시각적 코딩(변환)이고, 전화번호를 마음속에서 되뇌는 것은 음향적 코딩(변환)이다. 책의 단어를 소리와 의미로 변환하지 않고 그림처럼 기억한다면 이는 시각적 코딩(변환)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기억을 위한 정보의 변환에는 음향적·시각적·의미적 코딩처럼 다양한 방식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문자 정보를 음향으로 전환하는 코딩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래서 읽기를 잘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파닉스(phonics)와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 수업에의 적용

 

학습의 핵심 중 하나가 정보의 이해(신정보와 사전지식의 연결)와 기억이므로 수업에서 효과적인 인코딩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리서치를 통해 효과가 검증된 기억전략이자 인코딩 전략이다(Kendra Cherry 수정, 2019).

 

① 주의를 집중하기
효과적인 기억을 위해서는 즉 효과적인 인코딩을 위해서는 하고 있는 학습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②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하지 않기
오래 기억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몰아서 학습하기보다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로 나누어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③ 기억할 내용을 구조화하고 조직화하기
뇌가 정보를 위계에 따라 저장하고 관련이 깊은 내용을 이웃시킨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인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과 같이 내용을 구조화/조직화/체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④ 기억술 활용하기
기억술을 잘 활용하면 기억하기와 회상하기가 모두 쉬워진다. 기억할 새로운 단어를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시키는 열쇠 낱말법(keyword method)이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체적인 예로, anniversary[애니버셔리](기념일)라는 단어를 “아니 벌써 기념일이 되었나!”처럼 기억함으로서 발음을 통해 그 단어의 의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때 ‘애니버셔리’는 신정보이고 ‘아니 벌써 기념일’은 구정보인 셈이다. 빨주노초파남보는 두문자를 이용해서 무지개 색깔을 기억하는 대표적인 기억술의 하나다. 기억술에는 이외에도 위치법(loci method), 연속 단어법(peg word method), 묶음법(chunking) 등이 있다.
⑤ 정교한 시연을 통해 기억하기
나중에 정보를 인출해 사용하려면 우선 장기기억에 인코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보를 뇌에 오래 저장하고 인출하기 쉬운 구조로 전환하는 기억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수단이 정교한 시연(elaborative rehearsal)이다. 정교한 시연에는 정보를 조직화/체계화하기,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기, 자신이 학습한 정보를 타인에게 설명하기, 예를 생각해내기, 정보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기억술을 이용해서 기억방법을 고안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⑥ 개념을 시각화하기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정보나 개념을 시각화하는 것만으로 기억과 회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사진, 도표 등에 주의를 기울여 인코딩하는 것도 효과적인 기억술이다.
⑦ 새롭게 배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전지식과 연결시키기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이를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연결시키면 기억과 회상이 쉬워진다. 5180이라는 차량 번호가 기억이 쉬운 것은 이미 알고 있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사전지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⑧ 크게 소리내어 읽기
글을 소리 내어 읽을 때 그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는 연구가 있다(Forrin ND, Macleod CM., 2017). 이는 학습자로 하여금 학습한 것을 동료에게 가르치는 것이 이해와 기억을 강화한다는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⑨ 기억하기 어려운 정보에 추가로 주의 기울이기
암기가 어려운 내용은 이를 재구조화하는 등의 추가적 노력을 기울여(즉, 정교한 시연을 통해) 깊은 처리(deep processing)를 할 때 회상이 쉬워진다.
⑩ 공부하는 장소, 시간대 등을 바꾸기
가끔씩 평소 자신이 공부하던 위치와 시간대, 방법 등을 바꾸어보는 것만으로 기억과 회상률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녁에 학습하는 유형이라면 저녁에 학습한 것을 아침에 복습해보는 방식이다. 뇌는 새로운 것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⑪ 충분한 수면 취하기
그동안 수면이 기억과 학습에 중요하다는 연구가 많았다. 학습 후 잠깐의 낮잠이 기억과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단어를 외우고 잠을 잔 그룹이 잠을 자고 나서 단어를 외운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 냈음이 밝혀졌다. 이는 뇌가 잠자는 동안 전날의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

 

7. 응고화(consolidation)

응고화는 최초의 정보 습득 이후 기억의 흔적이 안정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응고화에는 시냅스 수준에서의 응고화(synaptic consolidation)와 시스템 차원에서의 응고화(systems consolidation)가 있다. 시냅스 수준에서의 응고화는 세포 수준에서의 응고화라고도 하며 시냅스 간의 연결이 강화되는 형상을 말한다. 학습 후 수 시간 이내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편 시스템 차원에서의 응고화는 해마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 형성된 기억이 다른 영역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대뇌피질 등의 영역으로 이동해 저장되는 것을 말한다. 학습 후 수주~수년에 걸쳐 일어난다. 재응고화(recondolidation)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응고화를 통해 장기기억의 일부가 된 기억이 이와 유사한 정보가 입력될 때 응고된 기억이 재활성화되면서 불안정한 상태로 바뀌어 해마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해마로 이동한 기억은 입력된 새로운 정보와 통합된 후 다시 대뇌피질과의 시스템 응고화 과정을 통해 대뇌피질로 돌아가는데 이를 재응고화라고 한다.

♤ 수업에의 적용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1) – 학습과학이란 무엇이고 어떤 도움을 주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학습의 과정으로 ‘주의를 끌다(engage) –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다(build) – 통합·응고화하다(consolidate)’라는 3가지 요소를 소개한 바 있다. 주의를 기울여 새로운 것을 배우더라도 이를 확실히 기억해두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바로 기억을 확실히 하는 과정이 응고화다. 이는 시냅스 간의 연결이 강화되는 현상인데 잦은 시연(rehearsal)과 잦은 인출(retrieval)에 의해 가능해진다. 시연의 전략으로는 단순 반복을 포함해 정보를 조직화/체계화하기,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기, 자신이 학습한 정보를 타인에게 설명하기, 예를 생각해내기, 정보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기억술을 이용해서 기억방법을 고안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인출의 경우는 쪽지시험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8.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EF)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은 목표달성, 문제해결,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 감정,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조절·통제·평가하는 인지조절 기능이다. 이는 일련의 정신 능력으로서 ‘자기조절, 작업기억, 인지 유연성’을 포함한다. 공항에 비유하면 관제탑과 같은 기능이다. 우리는 이 기능을 통해 매일 학습하고, 일하며, 삶을 관리할 수 있다. 집행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무엇보다도 주의를 집중하거나 지시를 따르고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집행기능과 작업기억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작업기억이 정보의 일시적 시연과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집행기능은 정보의 흐름 중 직접 관련이 있는 소수의 정보에만 초점을 두고 나머지 정보는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 수업에의 적용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목표달성, 문제해결,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 감정,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조절·통제·평가하는 인지조절 기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면 이는 집행기능의 결핍을 겪는 학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아동의 학습 향상을 위해 뇌의 집행기능 결핍과 이의 향상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아동발달센터들 중에는 이 집행기능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아동의 자기조절 능력,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란다면 아동의 집행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수업에 통합해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뇌의 집행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

충동조절

충동조절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해보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수업 내용에 대해 질문하기 전에 ‘5초’ 먼저 생각해보기, 짝 활동, 모둠 활동 등을 할 때 ‘3초’ 더 생각해보고 말하기 등과 같은 전략을 말한다.

 

감정조절

감정조절 훈련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감정조절이 안 되면 상대방의 비판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거나 바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 감정조절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특정 감정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구와 대화 나누기, 운동하기, 잠자기, 일기쓰기, 요가하기, 전문가의 도움 받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유연한 사고
유연한 사고는 문제 해결이 잘 안될 때 신속히 방법을 바꾸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유연한 사고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은 변화에 적응하거나 대응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 한다. 유연한 사고는 학습과 일상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아동에게는 과제를 잘게 쪼개서 제공하고 다시 해보게 하거나, 아동이 시도한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교사가 아이디어를 복수로 제공하고 아동이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 입장에 서보는 훈련도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작업기억
작업기억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과제를 해결할 때까지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마음속에 유지하는 일이다. 작업기억이 약한 아동은 지시를 해도 이를 기억하지 못해(마음속에 유지하지 못해)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금 읽거나 들은 내용을 시각화하기, 어떻게 하는지를 짝에게 설명하거나 가르치기, 카드놀이하기, 중요한 내용 밑줄 긋기나 형광펜으로 칠하기, 정보를 몇 개의 단위로 묶기(chunking), 시각자료와 청각자료처럼 다중 감각을 이용하여 학습하기, 빨주노초파남보와 같이 두문자를 활용하여 여러 단어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자기 모니터링(self-monitoring)
자기 모니터링이란 타인과의 상호작용 상황에서 자신의 사고, 감정, 행동을 스스로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그것을 조정하고 통제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자기 모니터링 능력이 부족한 아동은 자신이 쓴 글을 교정볼 때 혹은 수학 문제를 풀 때 틀린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아동은 체크리스트나 추가적 지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계획세우기와 우선순위 정하기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요한 것들이다. 이런 능력이 부족하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디오 게임 만들기, 뮤직 앨범 만들기, 사업 기획 등의 모의 활동을 구상한 다음 이를 짝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착수하기
착수하기란 어떤 과제 수행을 위해 행동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착수하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과제 완성에 길잡이가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어디서 어떻게 출발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게 한 다음 이를 짝과 공유하게 할 수 있다.

 

조직하기/정리하기
조직하기/정리하기는 정보나 사물을 목적에 맞게 조직하고 정리·정돈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능력이 부족하면 노트 필기가 엉망인 것은 물론 학습한 것을 기억하고 필요할 때 회상하기 어렵고, 수학문제의 풀이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며, 일을 할 때 세운 계획을 잘 마무리하지 못한다. 또한 학교 갈 때 준비물도 잘 챙기지 못한다. 이런 스킬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크리스트와 일정표(planner) 등과 같은 수단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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